쿠팡이 ‘슬롯게임사이트 – 인디고홀덤’ 전략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커머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이어 이번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모델로 한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클라우드 시장이 기존 사업 영역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13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룬 쿠팡의 새로운 도전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지난 2일 ‘슬롯게임사이트 – 인디고홀덤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쿠팡 내부 서비스와 일부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에만 제공하던 AI 인프라를 이제 본격적인 사업 영역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다. 쿠팡은 최근 정부의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1만장 규모의 GPU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제출했다. 네이버클라우드(1만4000장)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물량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는 규모다. 이 사업은 민간 기업이 먼저 자체 조달한 후 정부가 사후 지원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쿠팡은 이미 상당한 선투자를 단행했거나 최소한 그럴 재정적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치밀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쿠팡의 CIC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쿠팡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쿠팡의 사업 확장사는 ‘아마존 교과서의 한국판 실사판’으로 요약된다. 유통업체와 택배사를 거치던 기존 물류 구조를 뒤엎고 직매입 방식을 도입한 것도, ‘와우 멤버십’과 자체 OTT ‘쿠팡 플레이’로 ‘아마존 프라임’의 구독 경제 모델을 채택한 것도 모두 아마존의 사업 전략을 100% 모방한 결과다. 이제는 아마존의 최고 수익 사업인 클라우드 사업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지어 직매입 구조를 완성하고, 출혈 경쟁이 심한 배달과 OTT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 쿠팡은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만성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쿠팡이 쏟아부은 영업적자만 해도 약 4조원에 달하고,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한 것은 2023년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아마존 따라하기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랐다는 얘기다.
문제는 클라우드 사업이야말로 이런 초대규모 투자의 절정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빅3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사이에서도 투자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최근 아마존과 MS가 일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연구기관들은 2030년쯤 되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2000억달러(약 270조원)가 들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까지 쿠팡의 행보를 보면,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초기 적자 감수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확보해 대용량 전력 및 최첨단 냉각 시스템 등 고도화된 인프라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 GPU를 대량 수용하고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는 국내에도 몇 없는데, 쿠팡은 상면 임대를 하든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든 인프라를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다”며 “투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쿠팡 인텔리전스 클라우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쿠팡은 단순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이 아닌 AI와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서비스를 표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AI 특화 클라우드’라면 더더욱 GPU 숫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 스택과 플랫폼 그리고 생태계 구축까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후발주자로서 단숨에 따라잡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처럼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쿠팡 클라우드의 최종 목적지가 결코 국내 시장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와 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민간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고,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들은 그나마 규제가 작동하는 공공 시장에서 경쟁하는 실정이다. 쿠팡이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고 뛰어들 만큼의 규모나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보다 전략적인 포지셔닝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계획된 적자’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성공한다면 아마존 벤치마킹의 대미 장식이 될 것이고, 아니면 무리한 확장의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